한석규 배우를 소개합니다.
“제가 인터뷰를 하게 된 이유는요~.”
배우 한석규(49)의 첫 마디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럴 수밖에 없다. 한석규는 인터뷰를 하지 않는 대표적인 배우다. 그래서 ‘한석규’를 아는 사람은 많아도 ‘한석규’에 대해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전작 ‘베를린’이 개봉하기 전, 기자들과의 짤막한 만남을 가졌던 한석규는 “배우는 연기를 통해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내 연기에 대해 말하는 것이 잘난 척 하는 것 같아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도 있었다.
그랬던 그가 인터뷰 기회를 마련했다. 가려움을 단번에 긁어줬다.
“(이)제훈이도 군대를 가고, 배우로서 내가 어느 정도 책임져야 할 부분도 있어요. 지금이 그 때인 것 같아요.”
이제훈과 함께한 영화 ‘파파로티’(감독 윤종찬)에서 한석규는 이태리에서 촉망받는 성악가에서 좌절을 겪고 촌구석으로 들어가 음악을 가르치는 상진을 연기했다. 그곳에서 제2의 루치아노 파바로티를 꿈꾸는 건달 장호를 가르치며,
잊고 있었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알지 못했던 사제지간의 정을 불태운다.
“상진과 장호는 살리에리와 모차르트 같은 관계예요. 타고난 재능을 가진 장호를 질투하는 동시에 상진은 장호를 통해 잃어버렸던 꿈을 이루고 싶어 하죠. 뻔하지만 진솔한 면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카메라 앵글 안에서 한석규와 이제훈은 눈물겨운 사제간의 정을 그렸고 밖에서는 선후배의 정을 나눴다. 한석규와 이제훈의 나이차는 20년. 이제훈이 초등학교 5학년 때 한석규는 ‘초록물고기’를 찍고 있었다.
이제훈에게 한석규는 하늘같은 대선배다. 그런 이제훈에게 먼저 다가간 것은 한석규였다.
“어떻게 친해졌냐고요? 욕했죠, 뭐.(웃음) 친해지려면 무척 쑥스럽지만 선배가 먼저 다가가야해요. 후배들이 얼마나 어렵겠어요. 친근한 어투로 욕도 좀 해가면서 친해지는 거죠.
후배들 마음이 편해야 대사를 주고받는 연습도 잘되고 풍성한 장면들이 많이 나와요. 그런 장면들이 차곡차곡 쌓여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거죠.”
한석규가 후배들에게 대하는 배려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같이 밥을 먹기도 하지만 가끔 자리에서 빠져야 할 자리를 안단다.
그럴 땐 여지없이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 후배들만의 시간을 만들어준다. 하지만 무엇보다 후배들의 연기 욕심을 채워주는 노력을 가장 많이 한다.
“신인들은 자기 연기가 마음에 안 들어도 다시 찍자고 말 못해요. 미안하니까. 그런 모습이 보이면 제가 먼저 다시 한 번 찍자고 해요. 별 거 아니잖아요.”
이런 마음 씀씀이는 타고난 것이기도 하겠지만 하늘같은 선배들에게 배운 점이기도 하다.
“선배님들이 제 불만족스런 모습을 보면 단박에 눈치를 채고 작은 목소리로 ‘다시 한번 해볼래?’ 하시며 ‘아이고~감독님, 내가 잘못한 거 같은데 다시 한번 가면 안 될까?’라고 해주셨어요.
감격 그 자체죠. 저를 위해서 본인이 틀린 척 해주신 거죠. 저도 똑같이 배워서 하는 것뿐이에요.”
어느덧 한석규도 연기를 시작한한 지 20년이 훌쩍 넘었다. 하지만 한석규는 자신의 연기가 아쉽기만 하다. 그는 “내 연기는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느 배우나 자신의 연기를 만족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더 발전하려고 하려고 하죠. 그러면서 부족한 모습을 채워나가요.”
강산이 두 번 변할 동안 그에게 다른 꿈은 없었을까. 넌지시 물어보니 “연출가로서 나서고 싶은 마음이 조금 생겼다”고 말했다.
40세가 되기 전에는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없었는데 지나고 나니 들려주고픈 이야기가 생겼다.
고종 마지막 왕인 ‘영친왕’이야기다. 한석규는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를 찍으며 알게 된 영친왕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며 “직접 연출은 못하더라도 언젠간 이 이야기로 꼭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의 꿈은 “어제보다 오늘 더 잘하는 것”이다.
“언제나 연기로 전력투구 할 것입니다. 관객들에게 더 많은 만족과 행복을 주는 것이 제 바람이자 꿈입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출처 :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130319/53816773/4